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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10편의 글 — 하나의 주제를 여러 차원으로 굴절·분광합니다.

인문 · 철학/윤리학2026.09.30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잘못 봤다 — 그래도 「악의 평범성」을 버릴 수 없는 이유1961년 4월 예루살렘 법정, 아돌프 아이히만은 방탄유리로 둘러싼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한 해 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스라엘 요원들에게 붙잡혀 온 그는 그해 12월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를 받는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을 「기계 속 작은 톱니바퀴」라 불렀고, 자기 손으로는 아무도 죽…읽기 14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인식론2026.09.09던닝-크루거 곡선은 무능의 초상이 아니라 척도의 자화상이다실력이 한 톨도 들어 있지 않은 숫자를 천 쌍 만들었다. 한쪽은 시험 점수라 치고, 다른 한쪽은 「내 실력은 몇 번째쯤일 것 같다」는 자기평가라 쳤다. 둘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다 — 난수 발생기가 뽑은 값이다. 이 가짜 성적표를 실제 점수 순으로 넷으로 가르고 각 뭉치의 실제 평균과…읽기 21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2026.09.01의식이 있느냐는 판정에는 빈 칸이 하나 있다건강검진 결과지를 떠올려 보자. 수치는 또렷하게 찍혀 나왔는데, 그것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옮겨 줄 기준치 표가 없다. 숫자는 있고 판정은 없다. 관측만으로 어떤 존재에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론짓는 절차, 이 글이 「밖에서 하는 판정」이라 부를 것이 놓인 곳이 대략 저기다.읽기 31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미학2026.07.23공포의 미학 — 압도적인 아름다움절벽 끝에 서서 폭풍우 치는 바다를 본 적이 있다. 파도가 집채만큼 솟았다. 발밑이 아득했다. 무서웠다. 그런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의 느낌에 우리는 이름을 잘 붙이지 못한다. 흔히 "너무 아름답다"고 말한다. 나도 오래 그렇게 뭉뚱그렸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이 느낌에…읽기 21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인식론2026.07.05빨간약은 이미 삼켰다 — 매트릭스는 예언이 아니었고, 각성은 탈출이 아니다2024년 가을, 『매트릭스』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개봉 25주년을 맞아 극장이 필름을 다시 걸었다. 오래된 말다툼도 함께 돌아왔다. 한쪽은 그 영화가 미래를 봤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화면에 매여 살고, 알고리즘이 볼 것을 대신 골라주며, AI가 인간을 자원으로 부린다는 것이다. 다른…읽기 31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인식론2026.07.03열람과 침묵 — 다 볼 수 있게 된 시대에, 비트겐슈타인이 가리킨 곳한 사람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걸 다 알아본 적이 있다. 오래된 게시물, 눌러둔 좋아요, 함께 찍힌 사진, 검색하면 뜨는 이력까지. 화면을 닫고 나서 이상한 허기가 남았다. 그에 관한 자료는 손안에 다 있는데, 정작 그가 우리에게 무엇인지는 한 줄도 열리지 않았다.읽기 14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역사2026.06.27위임은 부담을 옮길 뿐입니다 — 용병과 동인도회사가 먼저 지운 응답자AI에게 결정을 맡길 때 일이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는가. 최근 이 질문이 회의실과 규제기관을 돌아다닙니다. 학자들은 이걸 '책임 공백(responsibility gap)'이라 부릅니다. 안드레아스 마티아스가 학습하는 기계의 행위에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는 간극을 가리켜 2004년에 붙인…읽기 18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삶·실존2026.06.27다시 살겠는가 — 니체와 고를 수 없는 운명토리노, 1889년 1월의 어느 아침. 한 사내가 거리에서 무너졌다. 마흔넷의 철학자였고, 그날 이후로 그는 다시 또렷한 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광장에서 채찍질당하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울다 쓰러졌다고 한다 — 다만 이 장면은 자주 옮겨지는 만큼 확증된 적은 없…읽기 13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철학/윤리학2026.06.27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 — 자율무기와, 사라진 응답자어느 보고서의 한 문장을 나는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다. 2020년 봄 리비아의 트리폴리 인근, 후퇴하던 병력이 "운용자와 탄약 사이에 데이터 연결을 요구하지 않도록 프로그램된" 무인기에 의해 쫓기고 교전당했다고, 유엔 전문가패널의 최종보고서가 적었다. 행정 문서 특유의 건조함으로 쓰인…읽기 11분·✓ 팩트·코드 검증인문 · 역사2026.06.27관세는 방아쇠였지 엔진이 아니었습니다 — 1930년이 2026년에 보내는 청구서2025년 미국의 평균 실효관세율은 한때 18.2%까지 올랐습니다. 193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끌어올린 약 20%에 손에 닿을 만큼 다가섰습니다. 2026년 들어 11.0%로 내려왔지만 그래도 1943년 이래 최고입니다. 그해 5월, 경제학자 1…읽기 12분·✓ 팩트·코드 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