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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잘못 봤다 — 그래도 「악의 평범성」을 버릴 수 없는 이유

2026.09.30·읽기 14분

1961년 예루살렘, 유리 부스 안의 남자

1961년 4월 예루살렘 법정, 아돌프 아이히만은 방탄유리로 둘러싼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한 해 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스라엘 요원들에게 붙잡혀 온 그는 그해 12월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를 받는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을 「기계 속 작은 톱니바퀴」라 불렀고, 자기 손으로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말로 풀면 그에게는 열외가 없었다는 변론이다. 학교 조회에서 「아픈 사람 열외」 하면 대열 밖으로 한 걸음 나오는, 그 걸음을 명령 앞에서는 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개정 이틀 전 이스라엘에 도착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방청석에서 이 남자를 봤다. 그녀는 1963년 『뉴요커』에 재판 기사를 연재하고 그해 책으로 내면서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붙였다. 엄청난 악을 행한 사람이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관찰에 붙인 이름이다. 끔찍한 사건 뒤 이웃들이 범인을 「인사 잘하던 사람」으로 기억할 때의 그 당혹감이다.

개정판 후기에서 그녀는 그를 셰익스피어의 악당에 견주어 이렇게 적었다. 「아이히만은 이아고도 맥베스도 아니었다. (…) 출세를 챙기는 데 유별나게 부지런했던 것 말고는 동기라 할 것이 전혀 없었다. 속된 말로 그는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끝내 깨닫지 못했다.」

예일대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1974년 책에 이렇게 썼다. 「우리 실험에서 평범한 사람 수백 명이 권위에 굴복하는 것을 지켜본 뒤, 나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 감히 상상하는 것보다 진실에 가깝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이 읽기를 줄이면 「누구나 시키면 한다」가 된다. 평범한 사람이면 누구나, 명령만 있으면 한다는 말이다. 「위에서 시켜서 했다」는 변명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아이히만은 4년 전 다른 방에서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름까지 버려야 하는가. 우리는 아렌트가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을 잘못 읽었다고 본다. 그러나 버릴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 위에 덧씌워진 「누구나 시키면 한다」다. 그 이름이 들어맞는 사람들은 유리 부스 밖, 다른 대열에 서 있었다.

녹음기 앞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을 이상주의자라 불렀다

1957년 4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렘 사센 집에 전직 나치들이 모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무장친위대 종군기자를 지낸 사센은 전쟁 뒤 이 도시에 정착한 나치 부역자였다. 그는 책을 낼 생각으로 녹음기를 켰고, 그렇게 쌓인 녹음이 약 70시간이다. 그 녹음기 앞에 이 도시에 살던 아이히만이 앉았다.

영어로 옮겨진 녹취에서 그는 유대인 1,030만 명을 죽였다면 만족했을 것이고, 「좋다, 우리는 적을 절멸했다」고 말했으리라고 한다. 다른 대목에서는 자신이 명령만 받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이상주의자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아렌트가 출세 말고는 동기가 없었다고 적은 사람이 절멸이라는 목표를 말했고, 자기가 하는 일을 끝내 깨닫지 못했다고 적은 사람이 자신을 이상주의자라 불렀다. 녹음기 앞의 그는 열외를 원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독일 철학자 베티나 슈탕네트는 이 녹취와 아이히만의 자필 기록, 여러 나라 정보기관 문서를 모아 2011년 독일에서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을 냈다. 그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연기를 했고 실제로는 확신에 찬 나치였다고 판독했다. 우리도 이 판독을 받아들인다. 녹취는 영어 번역으로만 읽었고 원음은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확신도는 중간 이상으로 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아렌트는 이 개념을 이 한 사람에게서 끌어냈고 책 부제에도 그렇게 적었다. 그 사람을 잘못 봤다면 이름도 함께 버려야 하지 않는가. 2014년 한 서평지에는 「악의 평범성: 한 전설의 종말」이라는 글이 실렸다. 이 물음의 실마리는 아렌트가 책을 낸 그해에 쓴 답장 한 통에 있다.

숄렘의 편지와 아렌트의 답장

책이 나온 1963년, 유대 신비주의 연구자 게르숌 숄렘이 아렌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유대인들이 「아하바트 이스라엘」, 즉 유대 민족에 대한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친애하는 한나, 당신에게는 흔적도 없다」는 비난이었다. 그해 7월 답장에서 아렌트는 이렇게 썼다. 「악은 결코 근본적이지 않고 극단적일 뿐이며, 깊이도 악마적 차원도 없다.」

아렌트가 이 답장에서 말한 것은 아이히만의 속마음이 아니라 악이 행해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판정을 둘로 가른다. 아이히만이라는 한 사람의 동기와 자각에 관한 「사람에 대한 판정」, 그리고 악이 어떻게 행해지는가에 관한 「개념에 대한 판정」이다.

개념에 대한 판정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거대한 악을 실행하는 데 악마 같은 동기나 특별한 증오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괴물이 아니어도 한다」라고 부르고, 이제부터 「악의 평범성」을 이 명제에만 쓴다. 이 명제는 누구나 한다는 말도, 열외가 없었다는 말도 아니다.

그래도 이름까지 버리자는 사람들의 말에서 절반은 맞다. 아렌트 자신이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악의 평범성을 말할 때 나는 오직 엄격히 사실의 차원에서, 재판에서 뻔히 눈에 들어온 한 현상을 가리킬 뿐이다.」 그녀가 본 현상은 유리 부스 안의 아이히만이었고, 녹음기 앞의 아이히만은 그 증거가 될 수 없다. 그러니 「괴물이 아니어도 한다」는 아렌트의 개념 전체가 아니라 그 비판 뒤에도 남는 한 조각이고, 그 조각을 이 문장으로 다시 쓴 것은 우리다. 이 조각을 지키려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새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 사람들은 어디 있었나.

같은 해 예일대, 실험실에서 멈춘 사람들

재판이 열린 1961년, 예일대의 밀그램도 실험을 시작했다. 참가자는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최고 450볼트까지 이어지는 전기충격 스위치를 올려야 했다. 참가자가 망설이면 실험자는 준비된 재촉을 차례로 건넸고, 가장 명령에 가까운 넷째 재촉이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계속해야 합니다」였다.

녹음을 다시 들은 한 연구자에 따르면, 넷째 재촉까지 간 참가자들은 그 말 앞에서 거의 모두 멈췄다. 앞의 재촉 셋을 듣고도 망설인 사람들이었다. 참가자를 계속하게 하는 데는 넷째 재촉보다 「실험이 계속을 요구합니다」 같은 말이 더 잘 통했다. 실험실에도 열외는 있었다.

밀그램이 1963년 논문에 보고한 기본 조건에서는 40명 중 26명이 맨 끝 스위치까지 갔다. 밀그램이 아렌트를 끌어온 근거가 이런 결과였다.

복종은 분명히 있었다. 2009년의 부분 재현에서도 150볼트 지점에서 계속하려 한 사람이 70%로, 원 실험의 같은 지점 82.5%보다 낮지만 적지 않았다.

버릴 것은 두 낱말이다. 하나는 「누구나」다. 2014년 한 재분석에서 밀그램의 변형 조건들을 모두 합쳐 보니 450볼트까지 간 사람은 절반이 안 됐다(43.6%). 더 크게 틀린 것은 「시키기만 하면」이다. 다른 심리학자들은 계속한 사람들조차 명령에 눌려서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목적에 동조해 따랐다고 해석한다.

법정과 실험실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모양이 보인다. 녹음기 앞의 아이히만도 자신은 명령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상주의자였다고 말했고, 법원도 결국 그를 꼭두각시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법정의 톱니바퀴 변론은 그가 한 일의 설명이라기보다, 목적에 동조한 사람이 재판정에서 댄 변명으로 읽을 수 있다. 실험실 밖, 실제 학살 현장에서도 열외한 사람들이 있었다.

유제푸프에서 대대장 트라프는 빠져도 된다고 말했다

1942년 7월 13일 폴란드 마을 유제푸프에서, 함부르크 출신 대원들로 이뤄진 101 예비경찰대대가 마을 유대인을 모았다. 대대는 일할 사람 일부를 골라내고 나머지 여성과 아이와 노인 약 1,500명을 숲에서 총살했다. 작전 직전 대대장 트라프 소령은 대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사람은 빠져도 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재판보다 앞선 일이다.

대원들은 누구였나. 1960년대 사법 심문 기록을 읽고 1992년 『평범한 사람들』을 쓴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브라우닝에 따르면, 이들은 노동자와 하층 중산층이었고 평균 나이가 39.5세였다. 나치 이념에 열성적이지 않았고, 태도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대대 인원은 자료에 따라 450명 남짓에서 500명으로 갈린다. 브라우닝에 따르면 그날 앞으로 나온 사람은 열두 명 안팎이었다. 나온 사람들은 처벌도, 군법회의도 받지 않았다.

브라우닝이 읽은 대로라면 남은 사람들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빠질 길이 열려 있었다. 대대장이 그 길을 말했고, 그 길로 나온 사람은 처벌받지 않았다. 우리가 남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근거는 이 두 사실이 한 대열 위에서 함께 참이라는 데 있다. 앞으로 나온 사람들은 그 근거가 아니라, 그 길이 말뿐이 아니었다는 증명이다. 「괴물이 아니어도 한다」는 괴물이 없어도 악이 행해진다는 명제일 뿐이고, 강제가 없었다는 것은 이 명제의 뜻이 아니라 유제푸프의 사실이다.

같은 대대를 정반대로 읽은 연구자 골드하겐은 1996년 책 『히틀러의 자발적 사형집행인들』에서, 대원들이 빠질 수 있었는데도 죽인 것은 순응 때문이 아니라 독일 특유의 「절멸주의적 반유대주의」 확신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브라우닝은 동조 압력과 반유대주의와 선전이 겹쳤다는 해석을 지킨다. 동기를 두고 두 사람이 갈리므로, 「괴물이 아니어도 한다」가 이 대대에 들어맞는다는 우리 판단은 확신도 중간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빠질 길이 있었고 대부분이 그 길을 쓰지 않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는 이미 나온 골드하겐의 판독을 넘어, 대원 다수의 동기를 이념적 증오 하나로 세우는 재분석은 나오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런 재분석이 나와 받아들여지면 우리가 틀렸다.

책임을 두고 보면 「누구나 시키면 한다」와 「괴물이 아니어도 한다」의 뜻은 정반대다. 「누구나 시키면 한다」는 누구라도 그랬으리라는 위로다. 브라우닝의 해석처럼 대원들이 동료들 사이의 동조 압력 때문에 남았다면, 여기서도 명령은 원인이 아니라 아이히만의 톱니바퀴 변론과 같은 핑계다. 동료들 눈치도 핑계가 되지 못한다. 나온 사람들도 같은 대열, 같은 눈치 앞에 서 있었다. 압력은 있었어도 강제는 없었다. 떠넘길 괴물도 떠넘길 강제도 없던 이 대열이, 「괴물이 아니어도 한다」가 들어맞는 곳이다.

예루살렘 법원은 톱니바퀴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61년 12월 예루살렘 법원은 아이히만이 꼭두각시가 아니라 줄을 당긴 핵심 가담자였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듬해 교수형을 당했다. 아렌트는 책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인류 가운데 누구도 당신과 이 땅을 함께 나누기를 원한다고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이 당신이 교수형을 당해야 하는 이유, 유일한 이유다.」 이 문장에는 그의 속마음에 관한 말이 없다.

「누구나 시키면 한다」는 피고가 유리 부스 안에서 쓴 톱니바퀴 변론을 학설로 올려 준 것이다. 「너도 그럴 수 있다」는 경고로 읽어도, 우리가 보기에 책임이 사람에게서 상황으로 옮겨 가기는 마찬가지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잘못 봤지만, 그녀의 말이 들어맞는 유제푸프의 대원들은 괴물이 아니었는데도, 열외할 수 있었는데도 총을 들었다. 빠질 길이 열려 있던 곳에서 「악의 평범성」은 위로가 아니라 고발이다.

누가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때 빠질 길이 열려 있었는지부터 묻는다.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 — 자율무기와, 사라진 응답자에서 우리는 살상 판단을 기계에 넘기면 책임을 물을 사람이 지워진다고 썼지만, 유제푸프의 대열에는 아직 열외할 수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우리가 답하지 못한 물음이 하나 있다. 아렌트는 후기에서, 아이히만이 그 시대 최대 범죄자 가운데 하나가 된 바탕에 순전한 「생각 없음」이 있었다고 적고, 이것이 어리석음과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렌트를 옹호하는 한 논자는 평범했던 것이 사유의 실패, 즉 이 생각 없음 그 자체였다고 읽는다. 그렇다면 녹음기 앞의 확신도 생각 없음의 한 형태였는가. 한 사람의 속에 관한 이 물음을 우리는 녹취와 기록만으로 닫지 못한다. 그래도 아렌트가 적은 「동기라 할 것이 전혀 없었다」와 「끝내 깨닫지 못했다」는 녹음기 앞의 발언과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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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기준일 2026년 9월 30일. 원문에 닿지 못한 항목은 그렇게 적었습니다. 영어 인용은 우리가 옮겼습니다.
  2. 아이히만 체포·재판·판결·처형과 법정 변론 — 재판 기록 원문 미도달, 경유 Wikipedia · German History in Docu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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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렌트 후기·본문 인용 — 원서 쪽수 미대조 WIST · Goodreads
  6. 아렌트–숄렘 서신 — 서신집 원서 미도달 LARB · Phenomenological Reviews
  7. 사센과 녹취(1957) Wikipedia · Jewish Chronicle · 야드바솀
  8. 녹취 속 발언 — 독일어 원문 미도달, 영역 경유 Tablet · Wikiquote
  9. 슈탕네트와 『Eichmann vor Jerusalem』(2011) — 원서 미도달, 서평·백과 경유 Perlentaucher · Wikipedia
  10. 2014년 논쟁 — 월린·벤하비브 기고 본문 미도달, 서지·순서만 확인 Jewish Review of Books
  11. 버틀러의 아렌트 읽기 — 강연·에세이 원문 미도달, 요약 경유 Fathom
  12. 밀그램 실험 — 개시 시점은 전기 자료 미도달(연도만 확인) Behavioral Scientist · 1963 논문 · 1974 책(쪽수 미확보)
  13. 밀그램 재검토 — Haslam·Reicher는 초록 경유 Meta-Milgram(2014) · Gibson(2013) · Haslam·Reicher · Burger(2009)
  14. 브라우닝 『평범한 사람들』과 101 예비경찰대대 — 원서 미도달, 서평·백과 경유 Kirkus · Wikipedia · LitCharts · Facing History
  15. 골드하겐(1996) — 원서 미도달, 백과 경유 Wikipedia
이 글은 AI와 함께 다차원으로 분석, 검증하고 집필자가 검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