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으면 다시 찐다: GLP-1, 공급난이 가린 진짜 제약
2년 전 위고비와 오젬픽은 약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이었다. 미국 FDA는 위고비 일부 용량을 2022년 3월, 오젬픽을 2022년 8월 부족 목록에 올렸다. 그 부족은 끝났다. 부족이 풀린 자리에서 더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약은 끊으면 다시 찐다. STEP 1 연장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멈춘 참가자는 1년 안에 감량분의 약 3분의 2를 되찾았다. 공급난은 진짜 제약을 가리고 있었다. 묶여 있던 건 생산량이 아니라 수요였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이 신호를 흉내 낸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글루카곤을 억제해 혈당을 낮춘다. 동시에 뇌의 포만중추에 작용하고 위 배출을 늦춰 식욕과 체중을 줄인다.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는 GLP-1 수용체 하나에,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는 GIP와 GLP-1 두 수용체에 작용한다. 작용은 약을 쓰는 동안만 이어진다. 신호를 멈추면 식욕이 돌아온다.
수요가 만든 부족, 그리고 부족이 가린 것
부족의 원인은 단순했다. 수요가 생산능력을 앞질렀다. 2021년 6월 위고비가 체중 관리용으로 승인된 뒤 수요가 폭증했고, 노보노디스크는 2024년 5월 기준 미국에서 주당 약 25,000명이 위고비를 새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의 약 다섯 배다.
부족은 2024~2025년에 풀렸다. FDA는 티르제파타이드 주사제 부족을 2024년 12월 19일,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부족을 2025년 2월 21일 해소로 판정했다. 노보는 같은 기간 공급 확충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2025년 미국에 65억 달러를 들였고, 충전·포장 위탁사 카탈런트를 165억 달러에 인수했다.
해소는 정상화로 끝나지 않았다. 부족기에 약국 컴파운딩(조제 복제)이 한때 미국 GLP-1 공급의 약 30%를 댔다. 이 복제는 '부족'이라는 예외 조항 위에 서 있었다. 부족이 풀리자 법적 근거가 사라졌고, FDA는 세마글루타이드 조제 중단 기한을 부과했다(503A 약국 2025년 4월 22일, 503B 시설 5월 22일). 2025년 9월에는 온라인 판매처에 경고장 55건 이상을 보냈고, 힘스·로 같은 텔레헬스 업체는 컴파운드 세마글루타이드 사업에서 철수했다. 노보는 자체 시험에서 일부 컴파운드 주사제의 불순물이 최대 86%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부족이 합법화했던 30% 그림자시장이, 부족이 끝나자 불법이 됐다.
부족은 풀렸지만 수요는 풀리지 않는다. 약을 끊으면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끊으면 돌아온다 · STEP 1 연장시험: 세마글루타이드 중단 1년 내 감량분의 약 3분의 2 재증가 · 클리블랜드클리닉 실사용 분석(약 8,000명): GLP-1 중단 비만 환자 약 55%가 1년 뒤 체중 재증가, 45%는 유지·추가 감량 출처: STEP 1 연장(Wilding 2022)·클리블랜드클리닉(Diabetes Obes Metab, 2026-03) · 시험·실사용 조건 한정
이 약은 비만이라는 만성 상태를 관리한다. 낫게 하지 않는다. 한 번 시작한 환자는 계속 처방을 받고, 수요는 생산설비가 따라잡아도 내려오지 않는다. 부족은 그 수요의 일시 증상이었다.
경쟁축이 효능 밖으로 내려왔다
공급이 평준화되자 변별 변수가 늘었다. 효능은 진입 기준이 됐다. 두 약을 직접 비교한 SURMOUNT-5 시험에서 72주 최대 내약 용량 기준 평균 체중 감소는 티르제파타이드 −20.2%, 세마글루타이드 −13.7%였다. 매출도 효능 순서를 따라, 2025년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은 약 360억 달러, 노보의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은 약 330억 달러로 추정된다.
새 변별점은 효능 밖에 있다. 가격이 먼저다. 세마글루타이드 물질특허는 캐나다에서 2026년 1월 4일 만료됐고(G7 중 처음), 인도·중국·브라질에서도 2026년 4월 만료됐다. 미국·영국과 유럽 다수에서는 2031년까지 보호된다. 특허가 풀린 인도에서는 40개 이상 제약사가 복제를 준비하고, 월 가격이 브랜드 1만~1.6만 루피에서 최저 약 1,290루피까지 떨어졌다. 같은 성분의 한 달치 값이 지역에 따라 10배 가까이 갈린다.
경로도 갈라졌다. FDA는 2025년 12월 22일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알약, 1일 1회 25mg)를 체중 관리용으로 승인했다. 첫 경구 GLP-1 비만 약으로, OASIS 4 시험에서 순응 시 평균 16.6% 체중 감소를 보였다. 2026년 4월 1일에는 릴리의 오포글리프론(Foundayo)이 승인됐다. 펩타이드가 아닌 경구 소분자라 시험에서 최고 용량 평균 약 11% 감소에 그쳤지만, 주사 없이 먹는 길을 열었다.
적응증도 넓어졌다. SELECT 시험(참가자 1만 7,600명 이상)에서 심혈관 질환 기왕이 있고 당뇨는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가 세마글루타이드 2.4mg를 쓰자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20% 줄었다(6.5% 대 8.0%). FDA는 이 적응증을 승인했다. 처방 대상이 비만·당뇨 밖으로 넓어졌다.
시장은 이미 판정을 내렸다
효능에서 앞선 약이 시장도 가져갈지는 효능 밖에서 갈린다. 자본시장은 그 갈림을 이미 가격에 박았다.
| 항목 | 노보(세마글루타이드) | 릴리(티르제파타이드) |
|---|---|---|
| 직접비교 감량 (SURMOUNT-5) | −13.7% | −20.2% |
| GLP-1·비만 시장 점유율 (2026-02) | 약 40% | 약 60% |
| 2026 매출 가이던스 | 현대사 첫 감소(−5~−13%) | 800~830억 달러(+25%) |
| 시가총액 | 2024-06 정점 대비 −75% (약 1,600억 달러 아래) | — |
출처: SURMOUNT-5(NEJM)·릴리·노보 2026 가이던스·점유율·시총 CNBC/증권 분석, 기준일 2025~2026-02
first-mover의 추락이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비싼 회사였던 노보의 시총은 2024년 6월 정점에서 약 75% 빠져 2026년 2월 약 1,600억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2026년 릴리가 약 25% 성장을 가이던스하는 동안 노보는 현대사 첫 매출 감소를 예고했다. 노보가 반격으로 내놓은 차세대 비만약 카그리세마는 젭바운드와의 직접비교(REDEFINE 4)에서 1차 평가변수에 미달했고, 발표 직후 주가가 약 16% 더 빠졌다. 먼저 만든 회사가 더 잘 빼는 회사에 점유율을 내줬다(릴리 약 60% 대 노보 약 40%).
카테고리를 넘는 약
끊을 수 없는 수요는 비만약을 제약 카테고리 밖으로 밀어낸다. Danske Bank 분석에 따르면 노보 한 곳이 2024년 덴마크 GDP 성장의 약 절반을 차지했고, 노보는 직원 약 3만 명을 고용했다. 회사가 흔들리자 의약품의 덴마크 상품수출 성장 기여도는 2024년 8.1%포인트에서 2025년 1.3%포인트로 주저앉았다. 한 회사의 임상 결과가 한 나라의 성장률을 흔든다. (한 주체가 계(系) 전체를 흔드는 같은 구조를 지수의 절반이 두 회사인 코스피에서도 본다.)
소비도 움직인다. GLP-1 사용 가구는 복용 6개월 안에 식료품 지출을 평균 5.3% 줄였고, 고소득 가구에서는 8%를 넘었다. 미국 가구 약 23%에 사용자가 있고, 2030년 식음료 판매의 약 35%를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독자에게는 두 갈래로 닿는다. 지불 쪽에서, 미국 메디케어는 2026년 7월부터 202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GLP-1 Bridge'를 열어 적격 수급자에게 월 50달러 코페이로 약을 댄다. 2025년 기준 500인 이상 미국 기업 건강플랜의 49%가 체중감량 목적 GLP-1을 커버했고, 2만 명 이상 기업에서는 약 3분의 2가 커버했다. "내 보험이 내주나"가 실제 변수가 됐다. 한국에서는 위고비가 2024년 10월 비급여(월 50만원대)로, 마운자로가 2025년 8월 출시됐고, 노보는 공급가를 최대 40% 내렸다. 복지부는 2024년 12월 비만약 비대면 처방·조제를 금지했다.
끝난 것과 남은 것
공급난은 끝났다. 끝난 건 '부족'이지 '수요'가 아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찌는 한, 수요는 생산설비가 따라잡아도 내려오지 않는다. 그 위에서 가격(제네릭), 경로(경구제), 지불(보험), 자본(노보·릴리)이 다시 배열되는 중이다. 2025년 미국 성인의 약 12%가 이미 GLP-1을 썼다. 공급난이 가렸던 질문은 이제 분명하다. 누가 더 빼느냐가 아니라, 끊을 수 없는 수요를 누가 더 싸게, 더 먹기 쉽게, 보험으로 떠받치느냐다.
- 약물 중단 후 체중 재증가 — STEP 1 연장시험(Wilding 등,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2022) · 클리블랜드클리닉 실사용 분석(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2026-03). 경유: medcentral · clevelandclinic
- FDA 부족 해소 판정·컴파운딩 단속 (2024-12·2025-02·2025-09) — FDA · Foley · KFF Health News
- 노보 증설·신규 처방 (2024-05·2025) — BioPharma Dive · CNN
- 직접비교·적응증 임상 — SURMOUNT-5(NEJM, 2025) PubMed · SELECT MACE(NEJM, 2024) TCTMD
- 경구제 승인 — 경구 세마글루타이드(2025-12, AJMC) · 오포글리프론/Foundayo(2026-04, PR Newswire/릴리)
- 특허 절벽·인도 제네릭 (2026) — Labiotech · CNBC
- 노보 vs 릴리 시장(시총·2026 가이던스·점유율·카그리세마, 2026-02) — CNBC · CNBC
- 덴마크 경제 기여(Danske Bank 분석, 2024~2025) — CNBC · Fortune
- 소비·식품 지출 파급(2025) — Grocery Dive · Food Business News
- 지불자 커버리지 — 메디케어 GLP-1 Bridge(2026-07~2027-12, CMS) · 고용주 커버(Mercer 2025 고용주 건강플랜 전국조사) · 미국 사용률(2025, RAND)
- 한국 — 위고비·마운자로 출시·공급가·비대면 처방 금지(2024~2025) — 데일리팜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