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판단은 누가 떠안았나
인덱스펀드는 시장을 이기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시장을 사겠다는 약속입니다. 무엇이 비싸고 무엇이 싼지 따지지 않고, 지수가 담은 그대로 통째로 들고 가겠다는 것. 개인에겐 비용을 낮추고 분산을 얻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그런데 그 '판단 안 함'이 펀드 자산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2023년 말, 미국 패시브 펀드 자산이 약 13조2,900억 달러로 액티브(약 13조2,300억 달러)를 사상 처음 추월했습니다. 이후로도 격차는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가격을 매기고 기업을 감시하는 판단은 누군가는 여전히 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이 시장에서 비켜선 겁니다. 판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옮겼을 뿐입니다. 어디로 옮겼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숫자로 지형부터 봅니다.
| 지표 | 수치 | 기준일 |
|---|---|---|
| 美 패시브 vs 액티브 펀드자산 | 패시브 $13.29조 > 액티브 $13.23조 (사상 첫 추월) | 2023-12-31 |
| 패시브 점유율(추월 이후) | 절반 상회 · 격차 확대 | 2024~25 |
| S&P500 상위 10종목 시총 비중 | 약 40.7% (사상 최고 · 2015말 약 19%) | 2025-12-31 |
| Big Three S&P500 합산 보유 | 약 20~22% (1998년 5.2%) | 2017~2021 |
| Big Three 주총 의결권 행사 | 약 25% | 2018~2021 |
출처: Morningstar(자산), S&P DJI·FactSet(집중도), Bebchuk & Hirst(Big Three). 기준일 표기대로.
수치들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돈은 점점 '판단 없는' 쪽으로 모이는데, 시장이 굴러가려면 누군가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 판단이 세 군데로 옮겨갔습니다. 가격을 매기는 자리, 무엇을 살지 정하는 자리, 기업을 감시하는 자리.
가격은 누가 매기나
패시브 자금은 정보를 보고 사고팔지 않습니다. 지수에 담겼으니 살 뿐입니다. 그러면 어떤 주식이 싸고 비싼지를 가격에 반영하는 일, 즉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은 시장에 남은 액티브 투자자들이 떠안습니다. 그 무리가 얇아질수록, 가격을 매기는 부담은 더 적은 어깨에 실립니다.
여기서 40년 된 정리 하나가 작동합니다. 그로스먼과 스티글리츠는 1980년에 "정보적으로 완전히 효율적인 시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가격이 모든 정보를 이미 반영한다면, 정보를 캐낼 보상이 0이 되고, 그러면 아무도 정보를 캐지 않으니 가격은 다시 정보를 잃습니다. 그래서 시장에는 늘 정보를 캐는 누군가가 남아야 합니다. 액티브가 0으로 가는 일은 이론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패시브가 아무리 커져도 가격 발견은 소멸하지 않고 소수에게 집중됩니다.
그 소수에게 쏠린 결과가 시장을 망가뜨렸는지는, 데이터가 한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한 연구는 패시브 보유가 늘수록 가격이 실적을 미리 반영하는 정도가 약 16% 줄었고, 패시브 보유 15%포인트 상승이 그 감소의 33~40%를 설명한다고 봅니다. 반면 또 다른 연구는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인덱싱이 늘면 정보 생산은 분명히 줄어들지만(구글 검색 -3.8%, 공시 열람 -14.1%, 애널리스트 보고서 -10.8%) 가격의 효율성 자체는 통계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남은 소수의 액티브가 차익거래로 가격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 때문입니다. 두 결과는 그로스먼-스티글리츠 위에서 화해합니다. 가격을 캐는 사람 수는 줄지만, 가격을 맞추는 기능은 줄어든 어깨 위에서 버팁니다.
마이클 버리는 2019년에 패시브를 금융위기 직전의 합성 CDO에 빗대며 "패시브 투자가 주식시장에서 가격 발견을 제거했다"고 경고했습니다. '제거'는 과장입니다. 데이터가 받치는 말은 제거가 아니라 집중입니다. 다만 집중에는 그 나름의 청구서가 붙습니다. 가격을 떠받치는 어깨가 얇아질수록, 그 소수가 틀리거나 한꺼번에 발을 뺄 때 가격을 받쳐 줄 반대편 판단도 얇아집니다. 인덱스에 올라탄 대중은 그 판단에 끼지 않은 채 결과만 함께 탑니다.
무엇을 살지는 누가 정하나
지수는 자연물이 아닙니다. 누군가 씁니다. S&P 다우존스, MSCI, FTSE 러셀 같은 소수의 지수제공자가 어떤 기업을 지수에 넣고 뺄지를 규칙으로 정합니다. 학계는 이들이 자본 배분에 대한 "사적 권위", 사실상의 게이트키퍼 권력을 쥐었다고 봅니다. 지수를 짜는 일은 중립적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편입 결정 하나가 곧 자금의 흐름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2020년 12월, 테슬라가 S&P500에 편입됐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편입이었고, 인덱스펀드들은 어떤 펀드매니저의 견해와도 무관하게 약 900억 달러어치 테슬라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야 했습니다(S&P 애널리스트 추정). 편입일 종가 경매는 약 6,900만 주가 $695에 거래된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한 위원회의 결정이 수백억 달러의 매수를 강제한 겁니다. 규칙 변경도 같은 힘을 냅니다. MSCI가 2018~2019년 신흥국지수에 중국 본토 A주를 편입하면서 편입 계수를 2.5%에서 20%로 올리자, 그 비율 조정만으로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무엇을 살까'라는 판단이 여기서 규칙으로 위임됩니다. 인덱스 투자자는 종목을 고르지 않습니다. 종목을 고르는 규칙을 쓴 소수의 위원회에 그 일을 맡긴 것입니다.
기업은 누가 감시하나
세 번째 자리는 거버넌스입니다. 주식을 들고 있다는 건 경영을 감시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책임을 진다는 뜻인데, 인덱스펀드는 팔지 않으니 영구 주주가 됩니다. 그 영구 주주가 소수에 몰렸습니다.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 이른바 Big Three가 S&P500 기업의 약 20~22%를 합산 보유합니다. 1998년 5.2%에서 네 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입니다. 보유보다 더 센 건 의결권입니다. 이들은 보유 주식 거의 전량을 투표하는 반면 개인 주주 상당수는 투표하지 않기 때문에, Big Three가 S&P500 주총에서 실제로 행사하는 의결권은 약 25%에 이릅니다. 저자들은 향후 10년 내 약 34%, 20년 내 약 41%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안 사람이 경고했습니다. 인덱스펀드를 처음 만든 뱅가드 창업자 잭 보글입니다. 그는 2018년 "인덱스 뮤추얼펀드가 50% 선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며, 소수 기관이 기업 지배력을 쥐는 집중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자기가 만든 도구가 임계점을 넘는 걸 본 설계자의 경고입니다.
되돌리려는 시도가 없진 않습니다. 블랙록은 고객이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도록 패스스루(voting choice)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규모를 보면 위임은 부분적으로만 되돌아왔습니다. 인덱스 주식 운용자산 6조9,000억 달러 중 선택 가능한 몫이 3조3,000억 달러인데, 실제로 의결권을 가져간 고객은 약 7,840억 달러, 적격분의 4분의 1에 그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블랙록의 데스크가 대신 투표합니다. 감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천 개 기업의 주총을 소수의 스튜어드십 데스크가 얇게 나눠 떠안고 있을 뿐입니다.
쏠림을 거스를 돈이 줄었습니다
S&P500 상위 10종목의 비중은 2025년 말 약 40.7%로 사상 최고에 올랐습니다. 10년 전(약 19%)의 두 배가 넘고, 2000년 닷컴 버블 정점(약 26%)도 훌쩍 넘긴 수준입니다. 이 집중을 만든 건 패시브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 거대 기술주들의 실적과 주가가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다만 시총 가중 구조상 패시브 자금은 큰 종목을 비중대로 더 많이 삽니다. 집중을 거스르는 쪽으로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비싸졌다고 덜어 내고 싸졌다고 더 담는 반대편 판단이, 시장이 한쪽으로 기울수록 그만큼 얇아집니다. 쏠림을 만든 손은 아니어도, 쏠림을 멈춰 세울 손이 비어 가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누가 떠안았나
패시브가 개인에게 옳은 선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합성의 오류입니다. 한 사람의 합리적 선택(판단을 맡긴다)이 다수가 되면, 가격을 매기고 기업을 감시하는 판단이 시장에서 비는 게 아니라 소수의 자리로 옮겨갑니다. 가격은 얇아진 액티브 변두리가, 무엇을 살지는 소수 지수제공자의 규칙이, 감시는 Big Three의 의결 데스크가 떠안았습니다. 응답자가 사라진 게 아니라 소수로 위임된 것입니다.
청구서는 그 소수가 틀릴 때 도착합니다. 얇은 가격 발견이 오정가를 방치할 때, 한 위원회의 편입 규칙이 자금을 한쪽으로 몰 때, 소수의 스튜어드가 수천 기업을 얇게 의결할 때. 그 결과는 지수에 올라탄 대중이 함께 떠안지만, 정작 그 판단에 끼어들 통로는 구조적으로 얇습니다. 넘기는 동작은 늘 응답할 사람을 지웁니다(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 — 자율무기와, 사라진 응답자). 패시브에서 지워진 건 가격과 기업을 두고 판단할 분산된 응답자입니다.
길게 보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다음 분기 수익률이 아닙니다. 패시브 점유율이 어디까지 가는지, 상위 종목 집중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지수제공자의 편입 규칙이 무엇을 사고팔게 만드는지, 의결권을 쥔 소수가 그 권한을 정말 돌려주는지가 더 큰 변수입니다. 당신이 위임한 판단은 지금 누군가 대신 하고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아는 것까지가 인덱스 투자입니다.
- 美 패시브 펀드자산이 액티브를 사상 첫 추월($13.29조 vs $13.23조) — Morningstar, "It's Official: Passive Funds Overtake Active Funds" (US Fund Flows, 2023년 말 기준) / CNBC, "Passive investing rules Wall Street now…" (2024-01-18) 경유
- S&P500 상위 10종목 비중 약 40.7%(2025말 사상 최고)·2015말 약 19%·2000 닷컴 약 26% — S&P Dow Jones Indices·FactSet 집계 (RBC Wealth Management "The Great Narrowing", Pensions & Investments 경유, 기준일 2025-12-31)
- Big Three(블랙록·뱅가드·SSGA) S&P500 합산 보유 약 20~22%(1998년 5.2%)·의결권 행사 약 25%·향후 34/41% 추정 — Bebchuk & Hirst, "The Specter of the Giant Three"(Boston University Law Review, 2019) 및 "Big Three Power, and Why It Matters"(2022)
- 정보적으로 효율적인 시장의 불가능성(이론 앵커) — Grossman & Stiglitz, "On the Impossibility of Informationally Efficient Markets", American Economic Review 70(3):393–407 (1980)
- 패시브 보유↑ → 가격 정보성 약 16% 감소(찬성 실증) — Marco Sammon, "Passive Ownership and Price Informativeness" (HBS / Review of Financial Studies)
- 인덱싱은 정보 생산↓이나 가격 효율성 불변(반대 실증) — Coles, Heath & Ringgenberg, "On Index Investing",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022)
- 지수제공자의 "사적 권위"(de facto 자본배분 게이트키퍼) — Petry, Fichtner & Heemskerk, "Steering capital: the growing private authority of index providers",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28(1):152–176 (2021)
- 테슬라 S&P500 편입(2020-12-21)·약 900억 달러 기계적 매수 추정·종가경매 6,900만주 $695 — S&P Dow Jones Indices / Bloomberg (2020-12)
- MSCI 신흥국지수 중국 A주 편입(2018~2019)·편입계수 2.5%→20% — MSCI (Driehaus 경유)
- BlackRock Voting Choice 규모(인덱스주식 AUM $6.9조 중 $3.3조 적격·참여 약 $7,840억) — BlackRock, "2025 Global Voting Spotlight" (기준일 2025-06-30, Harvard Law corpgov 재게시 경유)
- Jack Bogle 경고("50% 선…시간문제"·"국익에 부합한다고 보지 않는다") — John C. Bogle, Wall Street Journal 기고 (2018-11-29)
- Michael Burry, 패시브=합성 CDO 비유·"가격발견 제거"(의견) — Michael Burry (Bloomberg 인터뷰, 2019-09-04; CNBC 경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