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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식·분석/오피니언형·202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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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는 왜 무너졌나 — 생선이 아니라 신호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예약 전쟁"이라던 카운터가 비었습니다. 불과 3년 전 기념일마다 자리가 동나던 그 카운터입니다. '오마카세' 네이버 검색량은 2023년 1월 정점(지수 100)에서 2026년 5월 지수 15까지, 약 85% 주저앉았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20)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서 2023~2024년 외식 예약 1위였던 '일식 오마카세'는 지난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같은 기간 오마카세를 포함한 일식 음식점은 2,593곳이 문을 닫았습니다(중식 1,821곳·카페 624곳). 폐업 절대수는 업종마다 모집단이 달라 그 자체로 붕괴의 크기를 말해주진 않습니다. 다만 검색·예약·폐업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던질 질문은 "왜 그렇게 비쌌나"가 아닙니다. 비싼 음식은 원래 있습니다. 진짜 질문은 왜 이렇게 빨리 무너졌나입니다. 무너진 속도를 설명하려면, 카운터에서 무엇이 거래됐는지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폭발과 붕괴는 한 곡선 위에 있습니다

지표폭발기(피크)붕괴기(현재)
'오마카세' 검색량 지수100 (2023.1)15 (2026.5) · -85%
언론 기사량100건대(2019) → 400건대(2022)
캐치테이블 외식 예약1 (2023~24)순위권 밖 (2025)
일식점 폐업(누적)2,593 (2023~2026.5)

출처: 네이버 데이터랩·빅카인즈·캐치테이블·행정안전부 (기준일 2023.1~2026.5)

가격이 곧 기능이었다

오마카세는 처음부터 음식 이상이었습니다. 셰프 앞 카운터는 좌석을 소규모로 묶어 인위적 희소성을 만들고, 디너 20만 원대라는 가격은 아무나 못 온다는 진입 신호가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사진으로 완결됐습니다. 2022년 9월까지 인스타그램 '오마카세' 게시글은 53만 건을 넘었고, 검색량은 2020년 8월부터 2년간 두 배로 뛰었습니다.

경제학에는 이런 재화를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가치가 효용이 아니라 '남이 못 가진다'에서 나오는 위치재(positional good), 곧 과시 신호재입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느는 베블런재라고 단정할 자료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위치·과시 기능은 분명합니다.) 한 부동산 유튜버는 이 열풍을 '허세의 인플레이션'이라 불렀고, 블라인드의 한 의사는 '월 실수령 400만 원 이상'을 와도 되는 자격으로 내걸어 논란이 됐습니다. 그 소동 자체가, 오마카세를 음식이 아니라 신분 신호로 소비했다는 증거입니다. 누구도 김밥에 소득 자격을 따지지 않으니까요.

위치재에서는 가격이 높을수록 신호가 선명해집니다. 비싸야 신호가 되니까요. 그래서 오마카세는 스시에서 한우(우마카세)·디저트·커피로 포맷을 갈아끼우며 번졌습니다. 팔리는 건 '카운터에 앉은 나'라는 그림이었고, 재료는 무엇이든 됐습니다.

저자본 진입이라는 함정

신호가 잘 팔리자 공급이 따라붙었습니다. SBS 분석에 따르면 오마카세의 사업 구조는 진입을 유난히 쉽게 열어줬습니다. 카운터 좌석제는 매장을 작게 가져가 인건비를 줄이고, 예약 보증금은 노쇼와 재고 리스크를 미리 헷지합니다. 청년 창업자에게 자본 측면 진입장벽이 낮은 모델이었습니다. 물론 진짜 장벽은 자본이 아니라 셰프의 숙련입니다. 그런데 낮아진 건 그 숙련의 문턱까지였고, 카피 점포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진입이 쉬우니 숫자가 불었습니다. 관련 기사량은 2019년100건대에서 2022년 400건대로 폭증했고, 한 집계에서 오마카세 매장은 403곳(서울 216곳)에 달했습니다. 2020년경엔 '오마카세' 검색량이 '뷔페'를 추월했습니다.

여기서 지위재는 스스로를 무너뜨립니다. 신호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오는데, 돈이 되니 너도나도 들어와 흔해집니다. 동네마다 카운터가 생기고 인스타 피드가 같은 사진으로 도배되는 순간, '남이 못 가진다'는 전제가 깨집니다. 모두가 가지면 신호값은 0이 됩니다. SNS가 키운 지위재를, 저자본 진입과 저숙련 난립이 함께 흔하게 만들어 죽인 셈입니다. 그러니 2,593곳의 폐업은 맛만의 실패가 아닙니다. 저숙련 카피 난립이 평균 품질과 신호 가치를 동시에 갉아먹은, 희소성의 인플레이션에 가깝습니다.

신호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오는데, 돈이 되니 너도나도 들어와 흔해집니다.

신호는 맛보다 먼저 꺾인다

흔해진 신호 위로 거시가 내려앉았습니다. 2026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고, 체감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3% 뛰어 2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3.1%라는 충격만으로 85% 붕괴를 설명할 순 없습니다. 거시는 방아쇠라기보다, 2023년부터 희소성을 잃어온 신호에 마지막 컷을 넣은 후행 압력에 가깝습니다. 시계열로 보면 2022~23년 과잉공급이 신호 가치를 잠식했고, 2024~25년 열기가 식었으며, 2026년 물가가 잔존 수요를 마저 거뒀습니다.

경쟁 가설도 있습니다. 엔저 반전과 수입 선어 원가 상승, 최저임금·임대료가 고정비 큰 소형 카운터를 직격했다는 공급원가 설명입니다. 실제로 마진 압착은 폐업의 독립 동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원가는 가격 전가나 객단가 조정으로 흡수할 길이 있는데도 수요 자체가 먼저 증발했습니다. 1차 동인은 신호 가치의 붕괴 쪽이 더 잘 설명하고, 원가는 그 위에 겹친 2차 압력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비싼 사치재가 불황에 먼저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 않냐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오마카세는 작은 사치, 곧 '립스틱'이 아니었습니다. 립스틱 효과는 큰 사치를 못 사게 된 사람이 값싼 대체 사치로 옮겨간다는 이야기입니다. 25만 원 디너는 그 대체재가 아니라 대체당하는 본체 쪽입니다. 효용 지출(끼니)은 줄일 수 없어도 신호 지출(과시)은 가장 먼저 줄일 수 있습니다. 정연승 교수의 진단처럼, 소비자는 프리미엄 외식 대신 다른 활동이나 자산 형성에 돈을 우선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명제 하나가 남습니다. 흔해져 희소성을 잃은 지위재는 경기 방어재가 아니라, 충격에 가장 먼저 꺾이는 재화라는 것. 단, 모든 지위재가 그렇진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단단한 진성 럭셔리(명품·미슐랭·회원제 골프)는 불황에도 버티거나 값이 오릅니다. 무너지는 건 중산층이 무리해서 사던 '대중 프리미엄(masstige)', 곧 해자를 이미 잃은 열망재 쪽입니다. 오마카세는 정확히 후자였습니다. 검색량 하락 한 줄만으로 '붕괴'를 단정할 순 없습니다. 성숙한 트렌드는 검색이 줄어도 소비가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예약 순위 이탈과 폐업이 같이 꺾였기에 붕괴로 읽힙니다. 오마카세를 끝낸 건 맛만이 아니었습니다. 신호에 쓰던 지갑이 가장 먼저 닫혔습니다.

같은 손이 뷔페로 갔다

그 닫힌 지갑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마카세가 무너지는 동안, 중저가 뷔페는 반사이익을 누렸습니다.

오마카세가 비운 자리를 뷔페가 채웁니다

구분오마카세중저가 뷔페
객단가런치 10만~13만 / 디너 20만~25만 원1만~5만 원
방향폐업 2,593곳 · 예약 1위→권외애슐리퀸즈 122개점·매출 5,000억·150개점 목표 / 빕스 2535개점

출처: 행정안전부·캐치테이블·이랜드이츠·CJ푸드빌 (기준일 2025~2026.6)

애슐리퀸즈는 122개 매장에서 작년 약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026년 150개점으로 늘릴 계획이며, 한동안 줄였던 빕스도 2022년 25개에서 35개로 다시 늘었습니다.

이 양극화를 '고가를 끊은 계층과 가성비 계층, 두 집단의 분리'로 읽으면 절반만 본 겁니다. 집계가 시사하는 패턴은 두 계층의 분리보다 한 지갑의 우선순위 재배열에 가깝습니다. 짠테크와 스몰 럭셔리를 동시에 굴리던 2030이, 거시 충격 앞에서 신호 지출만 먼저 닫고 효용 지출은 남긴 것입니다. 개인 단위 추적 데이터가 없으니 단정이 아니라 추론입니다만, 오마카세를 끊은 그 손이 뷔페 접시를 들었을 공산이 큽니다.

붕괴가 통째였던 것도 아닙니다. 가설이 맞다면 진짜 희소했던 최상위 카운터는 살아남고, 흔해진 중간층만 죽었을 것입니다. 신호의 죽음은 티어를 가립니다.

왜 한국의 2030이 하필 외식 카운터에서 신분을 확인하려 했는가는 경제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김헌식 평론가는 오마카세를 한국 외식문화의 '결핍 해소 창구', 셰프와 손님이 주고받는 쌍방향 경험으로 읽습니다. 신호의 무대가 하필 좁은 카운터였던 데는 이 심리적 허기도 깔려 있었고, 그래서 신호가 식자 무대도 빠르게 비었습니다.

그래서 오마카세의 부고는 음식 기사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신호가 효용을 이긴 시기와, 효용이 다시 신호를 이긴 시기 사이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프리미엄을 운영하거나 투자하는 입장이라면, 여기서 챙길 건 하나입니다. 신호로 지은 시장에서는 '흔해지는 속도'가 곧 리스크 지표라는 것. 카운터 다음의 신호재가 러닝화든 위스키든, 그게 얼마나 빨리 흔해지는지가 그 시장의 남은 수명입니다.

출처
  1. 검색량(네이버 데이터랩)·일식점 폐업(행정안전부)·CPI/생활물가(통계청) — 아시아경제(2026-06-08), https://www.asiae.co.kr/en/article/economic-general/2026060810345158842 · 헤럴드경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68000 (기준일 2026.5)
  2. 캐치테이블 예약 순위·중저가 뷔페(애슐리퀸즈·빕스) — 다음(2026-06-07), https://v.daum.net/v/20260607100152086 (기준일 2026.6)
  3. 오마카세 기사량·매장수·사업구조·과시소비 논란 — SBS,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035301 (기준일 2023)
  4. 오마카세 가격 체급 조사 — 밸류챔피언, https://brunch.co.kr/@valuechampion/237 (기준일 2021)
  5. 인스타그램 게시글·포맷 확산 —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6AXYPC52V (기준일 2022.9)
  6. 일식점 폐업 비교 — 인사이트, https://www.insight.co.kr/news/557560 (기준일 2026.5)
이 글은 AI와 함께 다차원으로 분석, 검증하고 집필자가 검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