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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분석/오피니언형·202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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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방아쇠였지 엔진이 아니었습니다 — 1930년이 2026년에 보내는 청구서

2025년 미국의 평균 실효관세율은 한때 18.2%까지 올랐습니다. 193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끌어올린 약 20%에 손에 닿을 만큼 다가섰습니다. 2026년 들어 11.0%로 내려왔지만 그래도 1943년 이래 최고입니다. 그해 5월, 경제학자 1,028명이 후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청원하며 관세전쟁이 보복과 물가 상승, 국제 평화의 훼손을 부른다고 경고했습니다. 96년 뒤 같은 경고가 다시 들립니다. 그래서 모두가 "스무트-홀리 2.0"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비유는 무엇이 무역을 무너뜨렸는지를 틀리게 짚습니다.

사료가 말하는 진짜 엔진

스무트-홀리의 표준 서사는 이렇습니다. 미국이 관세를 올렸고, 세계가 보복했고, 무역이 붕괴했다. 붕괴는 사실입니다. 세계 무역은 1929년부터 1934년까지 약 66%, 3분의 2가 증발했고, 미국의 대(對)유럽 수입은 70%, 수출은 65% 무너졌습니다. 보복도 사실입니다. 발효 2년 안에 24개국이 넘는 나라가 고율 관세로 맞받았고, 미국 최대 교역국이던 캐나다부터 16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매겼습니다.

문제는 그 보복이 66% 붕괴의 원인이었느냐입니다. 후대 경제사 연구(Eichengreen·Irwin, Mitchener 등)가 당시 통상정책을 다시 들여다보니, 보복은 미국을 정조준한 조율된 연쇄라기보다 모든 교역상대에게 일률적으로 빗장을 거는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무역량을 실제로 끌어내린 더 큰 힘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대공황 그 자체 — 소득과 물가가 함께 무너지며 수요가 증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본위제입니다. 금본위를 고수한 나라들은 금 유출을 막으려 수입쿼터와 외환통제로 무역을 틀어막았고, 금본위를 이탈해 통화를 절하한 나라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무역 블록으로의 분절은 스무트-홀리 이전부터 이미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관세는 방아쇠였습니다. 무역을 3분의 2나 무너뜨린 증폭기는 보복의 연쇄가 아니라 대공황과 금본위제, 그리고 블록화였습니다. 이 구분이 오늘을 읽는 열쇠입니다.

수준은 닮았는데, 증폭기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시점미국 평균 실효관세율비고
1930 (스무트-홀리)20%기준선 · 농산물 관세는 약 57% 인상
20242.4%관세전쟁 직전
2025 (피크)18.2%1934년 이래 최고
2026 (4월)11.0%1943년 이래 최고(2025 제외)

표 · 미국 평균 실효관세율. 원출처: 1930년 — Britannica(스무트-홀리, 기준 1930) / 2024 — Tax Foundation(기준 2024) / 2025–26 — Yale Budget Lab(기준일 각 2025-07-28·2026-04-02).

숫자만 보면 데자뷔입니다. 2024년 2.4%에서 1년 만에 18.2%로, 거의 스무트-홀리 수준까지 솟았으니까요. 다만 1930년의 약 20%가 수년을 버틴 레짐이었던 반면, 18.2%는 한때의 피크였고 곧 11%로 내려앉았습니다. 수준의 닮음은 한 장면의 닮음이지 체제의 닮음은 아닙니다.

1930년대 특유의 증폭기 하나는 분명히 꺼졌습니다. 환율은 변동제고, 어느 나라도 금 유출을 막겠다고 무역을 틀어막지 않습니다. 금본위제가 강제하던 쿼터·외환통제 채널은 처음부터 닫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충격을 키우는 장치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자리를 옮겼습니다. 2025년 4월 미국과 중국은 관세를 145%1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교과서적인 맞보복 소용돌이입니다. 그 소용돌이가 멈춘 건 구조가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5월 제네바 휴전으로 상호관세를 10%로 되돌리고 10월 부산에서 그 휴전을 2026년 11월까지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 금본위제의 자리에는 오늘 촘촘한 글로벌 공급망과 반도체·핵심광물의 초크포인트, 그리고 수출통제가 들어섰습니다. 증폭기는 없어진 게 아니라 모습을 바꿨고, 그래서 1930년대처럼 구조가 알아서 멈춰 주지 않습니다. 멈추는 건 협상입니다.

살아남은 채널 — 블록 재편

1930년 캐나다 이야기의 진짜 사건은 보복 그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이었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엔 빗장을 걸면서 영(英)제국 상품엔 관세를 낮췄고, 1932년 오타와 제국경제회의에서 교역의 무게중심을 통째로 영연방으로 옮겼습니다. 한 나라가 어느 진영에 속하느냐가 다시 그려진 것입니다.

오늘 그 자리에 미·중 진영화가 들어섰습니다. 세계가 다시 진영으로 갈라서고, 각국이 어느 쪽에 설지를 값을 치르며 정합니다. 오늘의 충격은 보복 연쇄보다 진영 재편을 따라 전달됩니다.

한국은 캐나다인가

2025년 10월 한국의 대미 수출은 16.2% 줄어 87.1억 달러, 33개월 만의 최저였습니다. 관세 직격 품목이 나란히 빠졌습니다.

2025년 10월 한국 대미 수출 증감 (전년 동월 대비) 자동차 −10.5% · 자동차부품 −18.9% · 철강 −21.5% · 일반기계 −16.1% 출처: 관세청·산업통상자원부, 2025-10.

동시에 2025년 총수출은 7,079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고, 그중 반도체가 24.4%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에 묶이고 반도체에 쏠린, 두 겹의 집중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택한 답이 2025년 10월 29일의 거래입니다.

한·미 관세 합의 (2025-10-29) 상호관세 15% · 자동차 25%15%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 현금 2,000억(연 상한 200억) + 조선 협력 1,500억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 한국무역협회, 2025-10-29.

접근권을 돈으로 사는 구조입니다. 1932년 오타와에서 각국이 제국 안의 자리를 협정으로 굳혔듯, 한국은 미국 진영 안의 자리를 투자로 굳혔습니다.

다만 오타와는 같은 사건이 아니라 대조의 거울입니다. 캐나다는 미국 관세에 떠밀려 영국이라는 다른 블록으로 갈아탔습니다. 한국에는 갈아탈 블록이 없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동시에 경쟁자이자 안보 위협이고, 한미동맹이 선택지를 좁힙니다. 캐나다는 떠밀린 쪽이고, 한국은 남을 수밖에 없어 머무는 값을 선불로 치르는 쪽입니다. 두 사건은 닮은 게 아니라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비유가 깔끔히 들어맞지 않는 지점도 있습니다. 자동차나 철강은 어느 진영의 관세표에 얹히는지가 비교적 분명합니다. 반도체는 다릅니다. 한국 반도체는 장비와 보조금에서 미국 진영에, 매출에서 중국 시장에 양발을 걸치고 있어 단일 진영으로 귀속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반도체를 실제로 가르는 건 관세표가 아니라 수출통제와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입니다. 한국의 최대 노출 품목이 하필 진영 귀속이 가장 안 되는 품목이라는 점, 여기서 청구서가 가장 복잡해집니다.

화폐 차원도 한국에 닿습니다. 1930년대 금본위제 같은 증폭 장치는 꺼졌지만, 대미 투자에 실린 현금 2,000억 달러의 자본 유출 압력과 그 부담을 원화 환율이 어떻게 나누느냐는 새로 켜진 채널입니다. 변동환율은 완충재이자 동시에 새로운 전송장치입니다.

청구서

1930년의 교훈을 "관세를 올리면 보복이 와서 무역이 죽는다"로 요약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보복은 실제로 왔습니다. 그러나 무역을 3분의 2나 무너뜨린 건 그 보복이 아니라 대공황과 금본위제, 그리고 세계가 진영으로 갈라선 재편이었습니다. 관세율은 잠깐이고, 오래 가는 손상은 진영의 지도에 새겨집니다.

그러니 한국이 들여다볼 계기판은 보복 스코어보드 너머에 있습니다. 자동차 15%가 언제까지 유지되는지, 반도체가 관세가 아니라 수출통제의 어느 편에 놓이는지, 3,500억 달러의 투자 상한과 원화 환율이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누는지. 미국 관세가 가구당 소득을 2025달러 기준 570~940달러 깎는다는 추정은 미국 안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한국이 받을 청구서는 관세율 한 줄이 아니라, 투자 상한과 환율 분담, 진영 속 위치까지 함께 적히는 더 긴 장부입니다. 그 장부에서 정작 따져야 할 건 절대 금액보다 트레이드오프입니다. 미국 진영에 더 깊이 귀속될수록 접근권은 안정되지만, 반도체의 대중 매출과 헤지 여지는 좁아집니다. 결국 묻게 되는 건 '얼마를 내느냐'보다 '어느 편에 서고, 그 대가로 무엇을 내주느냐'입니다.

출처
  1. 스무트-홀리 관세법·평균관세율(~20%)·농산물 57% — Britannica, Smoot–Hawley Tariff Act (기준 1930). https://www.britannica.com/topic/Smoot-Hawley-Tariff-Act
  2. 1929–34 세계 무역 −66%·대유럽 교역 급감·24개국+ 대응 — U.S. State Dept. Office of the Historian, Protectionism in the Interwar Period. https://history.state.gov/milestones/1921-1936/protectionism
  3. 1930년 경제학자 1,028명 거부권 청원 — AEI, The economists' tariff protest of 1930 (재수록). https://www.aei.org/carpe-diem/the-economists-tariff-protest-of-1930/
  4. 보복의 비조율성·금본위제 증폭 채널 — Mitchener·O'Rourke·Wandschneider, "The Smoot-Hawley Trade War," Economic Journal 132(647), 2022 / Eichengreen·Irwin, NBER w25830. https://academic.oup.com/ej/article/132/647/2500/6519264 · https://www.nber.org/system/files/working_papers/w25830/w25830.pdf
  5. 캐나다 보복·오타와 제국경제회의 재편 — Journal of Economic History 57(4), 1997 / Maclean's. https://ideas.repec.org/a/cup/jechis/v57y1997i04p802-826_01.html · https://www.macleans.ca/opinion/what-we-can-learn-from-a-disastrous-1930-u-s-tariff-on-canadian-goods/
  6. 2024 실효관세율(2.4%) — Tax Foundation (기준 2024). https://taxfoundation.org/research/all/federal/trump-tariffs-trade-war/
  7. 2025 피크(18.2%)·2026(11.0%)·가구당 소득 효과 — Yale Budget Lab (기준일 2025-07-28 / 2026-04-02 / 2026-03-09). https://budgetlab.yale.edu/research/state-us-tariffs-july-28-2025 · https://budgetlab.yale.edu/research/state-us-tariffs-april-2-2026 · https://budgetlab.yale.edu/research/state-us-tariffs-march-9-2026
  8. 미·중 관세 145/125·제네바·부산 휴전 — China Briefing / Wikipedia, China–United States trade war. https://www.china-briefing.com/news/us-china-tariff-rates-2025/
  9. 한·미 관세 합의(2025-10-29)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53418
  10. 한국 2025-10 대미 수출 −16.2%·품목별 — 뉴데일리.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11/02/2025110200037.html
  11. 2025 총수출 7,079억 달러·반도체 24.4% — 한국무역협회(KITA). https://www.kita.net/
이 글은 AI와 함께 다차원으로 분석, 검증하고 집필자가 검수했습니다.